https://n.news.naver.com/article/140/0000056332?sid=004
※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.
10년 만이다. 박찬욱 감독과 김태리 배우는 연출자와 배우로 만나 2015년 <아가씨>크랭크인에 들어갔고, 영화가 완성된 뒤에는 칸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동행하며 전세계 관객을 만났다. 이후 꽤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, 박찬욱 감독은 안개 같은 사랑을 그린 <헤어질 결심>을 거쳐, 해고로 인한 수난과 범죄가 뒤섞인 블랙코미디 <어쩔수가없다>를 안고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. 김태리 배우는 “먼 항구에 가서 반짝이는 것을 입고 이름 모르는 것을 먹고”라고 다짐했던 숙희(김태리)처럼 영화 속에서 민주화운동 시기로, 시골로, 또 우주로 나아갔다. 바빠서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가 있다면, 두 영화인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. 김태리 배우는 <어쩔수가없다>를 보고 든 생각과 의문을 잔뜩 메모해와 숙희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박찬욱 감독을 바라보며 또랑또랑하게 질문했고, 순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 감독은 허허 웃다가도 예리한 물음에 어디서도 이야기하지 않은 디테일과 구상을 자세히 풀어놓았다. 그 현장을 지면에 세밀히 옮긴다. 말과 말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두 영화인 사이의 신뢰까지도 자연스레 전해질 것이다.

박찬욱, 김태리(왼쪽부터).
박찬욱
안녕하세요, 박찬욱입니다.
김태리
안녕하세요, <아가씨>에서 숙희 역할을 했던 김태리입니다. 감독님 촬영 현장에 놀러 갔다가 제목이 <어쩔수가없다>라는 걸 처음 듣고 “제목이 이거예요?”라고 여쭤봤던 기억이 나요. 그전까진 <도끼>라는 원제로만 알고 있었어요.
박찬욱
그때 내가 확정이라고 말했나?
김태리
그건 아니었어요.
박찬욱
대부분 <어쩔수가없다><도끼>둘 다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어요. 그래서 <어쩔수 가없다>로 정했다고 말했을 때 다들 정했다니 어쩔 수가 없는데, 좋다는 말은 안 나오는 표정이었죠.
김태리
저는 제목이 되게 좋았어요.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실생활에서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내뱉는지 계속 인지됐거든요. 그럴 때마다 ‘어, 나 지금 합리화 중인가!’ (웃음) 싶었죠. 그런 생각 하나가 제 머릿속에 끼어든 게 재밌었어요.
박찬욱
맞아요, 맞아요. 그게 의도예요.
김태리